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기억이 희미해졌다. 그땐 분명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그저 그것도 한때의 감정이었을까.
프로젝트가 끝난지 어연 2달이 지나 당시 팀원들 얼굴도 조끔씩 희미해지는 느낌이다. 최고의 팀을 만나서 좋았다고 서로 칭찬하고 해산한것이 어제같기도 하지만.. 마치 군대 훈련소에서 동기들끼리 자대로 배치받아 떠나기 전에 건내는 인사같은 느낌? 전부같았던 그때가 지금 되돌아보면 또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지금은 혼자 지내는것에 다시 익숙해진 느낌이다.
팀플레이
그럼에도 다시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 크게 부끄럼없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최선을 다했던 것은 나와 함께 팀을 이루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기들에게 적어도 나때문에 발목잡히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었다. 사실 난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것을 정말로 싫어한다. 남들도 다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어렸을 때 부터 난 누군가에게 짐으로 여겨지는 것이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에, 어떤 팀플레이던지 제 역할을 다 했다고 확신할 수 있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이렇게 나름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난 팀플레이를 할 때 2가지를 특히나 고려하는 편이다. 첫번쨰는 역시나 나 자신의 실력을 꾸준하게 성장시키는 노력이며, 두번째는 그렇다 한들 내 의견을 최우선으로 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내가 제시하는 의견들이 다수 정답이라 여겨지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동기들의 의견을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였던 것 같다. 그 상황속에서 또 다시 최선의 루트를 찾아내려 했던 모습들 덕분인지, 팀원들 역시 나를 많이 존중해주는 느낌을 받았었다. 항상 팀플레이를 했을 때, 성과적으로나 감정적으로 '이번 협업은 실패야' 라고 말할 만한 경험이 없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앞으로의 과제에서도 나 스스로에게 어느정도의 확신을 부여해주었던 것 같다. 나만의 확신일지언정 뭐 좋은게 좋은거 아닐까. 자신의 확신으로 행동하는것이 인간일테니깐.
다만, 그러다 보면 나 스스로에게 다짐했던 규칙과 다짐을 희생해야 할 때도 많이 있었다. 사소하게는 점심이나 저녁 식단을 관리하려고 다짐하고 학원에 등록했었지만, 팀 과제를 하게 되면서 외식을 스스로에게 허용하기도 하고(물론 부비동은 참 맛있다), 깊게는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도 어느정도 타협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잠시 내려두고 조금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하였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의 장점이 될 수 있겠지만, 아마 다들 느끼겠지만 그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나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이러한 자세가 팀 전체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었다면 난 그걸로 만족을 했던것 같다. 지지고 볶고 해도 결국 결과물이 잘 나오면 다들 언제 그랬다는듯이 기뻐하는 것을 많이 봐와서 일듯 싶기도 하다. 그렇기에 학원에서 하는 프로젝트들도 내가 생각하는대로 흘러가겠거니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쩌다 PM
팀플레이에서 내 주어진 역할과 팀 전체의 흐름을 지키는데 유의하였던 나는 사실 총괄 매니저를 맏아서 해본적은 그리 많지 않다. 어쩌면 내 성향이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번 팀프로젝트때는 상황이 달라져버렸다. 계속해서 PM을 맡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그럼..제가 한번 PM 해볼께요
대학시절에도 조장을 맡은 적이 있긴 하지만, 항상 생각했을 때 나는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사람이라곤 생각하지 않았었다. 못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나서서 하는 타입도 아니여서. 팀장을 지원하는 사람을 말린적은 없었다. 그러나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서 나 스스로가 나서서 지원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 나 자신이 팀장이 되는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였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그런 상황이 찾아왔었다.
무언가 책임감이 더 커져야 한다는 사실이 나를 부담스럽게 만들었지만, 일단 결정이 난 순간부터는 오로지 전력질주를 하는 것이 내 방식이다. 뭐 이런저런 불평불만을 가지고 있을 시간도 없었다.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면 되니깐. 걱정이라면 팀원들이 내가 하는 방식을 잘 순응하여 따라올 것인가 였다.
내가 팀을 이끌어 가는 방식은 자율이다. 난 외부의 환경들이 너무나 다양하고 쉽기도 하고 또는 빠르게 변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제아무리 완벽한 계획을 수립하더라도 결국 그 시점, 시간의 완벽일 뿐, 적게는 3시간만 흘러도 그 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곤 했다. 결국 어떠한 공통된 과제를 제시하고 이를 시행하는데는 스스로의 자율에 맞기는 편이다.
결국 과제라면 이러한 공통과제를 어느 수준으로 수립할지 여부다. 너무 타이트하게 해버리면 당연하게도 그러한 계획은 변경될 것이고, 너무 스무스 하게 짜게된다면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가 하락될 가능성이 컸다. PM 단독으로 결정한 문제 역시 아니었기에, 당시 생각해보면 프로젝트 초기에 상당히 잦은 회의를 가졌었다. 어쩌면 회의가 능률을 저하시킬 순 있을지언정, 지금 제대로 방향을 정해놓는 것이 추후 남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결판이 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기본적으로 매일 오전에 전체적인 미팅을 가지면서, 자신이 현재 하고있는 업무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사람마다 진행 속도는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각자의 진행 속도를 빠르게 파악하여 시연일 전까지 각자 맡을 업무를 배정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생각하여 누군가는 좀 더 많이 일하게 될 것이고, 누군가는 좀 더 적게 일하게 될 것인데 이러한 불평등을 위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인정할 수 있을만한 보상을 일깨워주는 일이었다. (결국 설득을 했어야만 했다)
일이라면 일이라 느껴질 수 있는 작업에 대해, 조원들에게 프로젝트의 의미에 대해 계속해서 설명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지금 다함께 협동해서 하는 프로젝트이지만 결국 나를 포함 모두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있을 것이고, 경험상 프로젝트 내에서 더 많은 기능을 구현하고 생각하고 토의할 수록 배워갈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것이라고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반대로 현 자신의 능력부족으로 적은 업무를 맞게 된 팀원들에겐 비록 지금 더 많은것을 하고 싶은 욕심이 날 수 있겠지만, 맡고 있는 작업이 결코 작은 작업이 아니라고 설명하였고 이 작업을 깊게 파고들어 구현한다면 충분히 생각 이상으로 얻어가는것들이 많을것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하였었다. 결국은 팀 프로젝트가 제대로 흘러가기 위해선 개개인의 약간의 양보가 있어야 했기 때문이고, 이를 위해 초반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것 같다.
다행이도 팀원 모두 팀 프로젝트에 임하는 데 있어서 진중한 태도를 보여주었고, 내 조언을 다들 자신의 입장에서 잘 받아드려, 프로젝트 진행중 코드를 짜다가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는 있어도, 그 외 진행사항에 대해선 다들 순탄하게 진행을 하였던 것 같다. 진행이 됨에 따라 조금씩 일정에 변화가 생길때마다 회의를 가졌었고, 그때마다 좀 더 여유있는 팀원이 다른 팀원을 도와주는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앞에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였다면, 누군가에겐 충분히 불만이 생길만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조용조용하게 진행하는 팀이었지만, 그만큼 별 탈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눈치 채지 못한건
구현해야 하는 기능이 점점 스트레스를 유발할 정도로 까다로울 시점에, 지친 기색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는 화기애애함을 유지하면서 프로젝트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화기애애함을 언제까지나 잘 유지하기는 힘들었나 보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팀원들 간의 갈등이 생겨나고 있었었다.
사실 나는 프로젝트가 거진 끝날 때 쯤까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팀장 자격 박탈인가?... )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알게 모르게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소통에서 온 것이라고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적지 않게 당황을 하였는데, 무엇보다 프로젝트 마지막 마무리를 앞둔 상태에서 서로간의 갈등이 점점 터지고 있던 것이라 PM 입장에서도 꽤나 머리아픈 상황이었다. 교과서적인 대답으로는 갈등을 서로 좋게 해결시키게 하여 잘 마무리한다 라고 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하지도, 또하 여긴 초등학교나 중학교 같은 반에서 일어난 갈등이 아니니 좀 더 복잡하였다. 고민 끝에 난 이 갈등을 직접 해결하러 나서지 않기로 하였다.
PM 이라면 당연히 팀원의 갈등에 직접적으로 개입해야 맞지 않을까? 라고 생각이 들기도 하였지만, 난 초반에 우리 팀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그리고 각자가 얻어야 할 것들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다고 생각하였다. 이후의 문제는 각자가 행동하기 나름일 것이라고 판단하였고, 그에 대한 책임 역시 개인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 판단했다. 그리고 내가 취해야 할 입장은 양측 중 어느 한쪽에 쉽게 기울어져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조금 냉정한 판단일 수 있지만, 이전 비슷한 상황에서 내 경험상 지금 중재를 하여 좋은 결과가 나온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았었다.
작업을 하다보면 소통의 문제로 항상 갈등이 생기곤 한다. 여느 팀 프로젝트에서 같았었고, 회사에서 업무를 보고 있을 때도 항상 같은 갈등은 이어져왔었다. 그때마다 팀장이던 직장 상사던, 여러가지 방식으로 회식까지 동원하여서 갈등을 풀어보려고 노력했던 모습들을 많이 지켜봐왔었고, 그 노력의 결과물은 생각 보다 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온 것 역시 많이 지켜볼 수 있었었다.
왜 그랬을까? 지금에서야 조금 느껴지는 것이지만, 사소해보이는 갈등일지언정 그들 각자에게는 정말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을 테고, 그들의 가치관이 엮여있으며, 그럼에도 겉으로 그렇게까지 크게 갈등이 비춰지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것은, 그들 역시 어느정도 책임을 다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 역시 이러한 갈등이 팀에 불필요함을 야기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고, 그렇기에 그들간의 갈등이 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려고 각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난 PM 이었지만, 뒤늦게 이러한 갈등이 있었다는것을 알게 된 것이 우연이 아닐것이라 생각했다. 언제든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소통의 갈등이었지만, 결국 그들도 팀을 위해서 각자 희생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으니깐. 그래서 나 역시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때까지 함부러 그들을 중재하려고 하지 않았다. 완벽하게 화기애애하면서 팀 프로젝트를 맞출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충분히 팀원들이라면 각자의 역할을 잘 해 줄것이라 생각하였다. 갈등이 더 심해졌다면 개입을 했을 수도 있겠지만, 우선은 팀원을 믿고 나머지 일정을 마무리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마무리
팀원간의 갈등도 있었지만, 내가 믿은 만큼 그들도 그들의 역할을 잘 수행하였고, 후반 마무리 작업에서 애를 먹긴 했으나 결국 시연일날까지 프로젝트를 잘 맞출 수 있었다.
걱정을 정말 많이했었는데, 그래도 결과물이 잘 나와서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길게 느껴진 나날이었는데, 막상 마지막날이 오니 금방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우리는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고 각자 팀원끼리 회고의 시간을 가져보았었다. 역시나 회고 시간이 와서 서로 할말들이 많았나보다. 각자 아쉬웠던 점들과 좋았던 점들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었고,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갈등도 시원하게 다 말하는 시간이 되었었다.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갈등을 가진것이지만, 프로젝트가 끝나고 보니 또 그렇게까지 갈등을 가질 이유가 있었을까 하는 마음도 내심 있었던것 같았다. 이 역시 서로 고생했음을 알았기에 그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나 역시 돌이켜 봤을 때, 그러니깐 지금 글을 적고있는 이 시간때에 그때를 떠올려봤지만, 지금도 크게 후회가 없을만큼 열심히 했던 거 같다. 다만, 그 당시 회고때는 그저 팀원들에게 잘 했다 수고했다고 끝냈었지만, 지금 조금 내 판단에서 아쉬웠던 점은 PM 으로서 팀원을 너무 신경쓰다 보니 내가 구현하고 있는 기능들에 덜 집중 했었던 점? 이 아쉬운 것 같다. 또한 진행중 미흡하게 작업하고 있는 부분이 있으면 확실하게 팀원에게 표현을 했어야 했지 않나 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내가 하는 말에 상대방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쉽게 조언을 하진 못하였지만, 그런 역할도 할 줄 알아야 하는 직책이 PM 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말 정신없이 지나간 프로젝트 기간동안 얻은 경험들이, 앞으로도 이어져서 나를 더 성장시키지 않을까 싶다.
훈련소마냥 어느새인가 잊혀져가는 팀원들과 프로젝트지만, 그 경험들은 나 자신이 모를지언정 내 안에 커다란 디딤돌이 되어있지 않을까..
(끝나고 회식해야지 하고 다짐하고 있다가.. 전체가 바로 코로나 확진이어서 회식도 못했던 ㅜㅜ)
'Programing > ETC' 카테고리의 다른 글
AWS EC2 프리티어 사용 시 인스턴스의 메모리가 부족하다면 (0) | 2023.05.06 |
---|---|
1주일 (0) | 2022.10.19 |
3개월이전, 그리고 이후 (2) | 2022.09.18 |
코로나를 또 걸렸..네.. (0) | 2022.08.19 |
오늘은 아무것도 안하련다 (0) | 2022.08.01 |